CHOI’S GALLERY

나는 십 여 년 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기존의 도시를 밀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구축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이렇게 도시와 콘크리트 구조물의 철거와 건립 과정을 반복적으로 목격해왔기 때문인지, 나는 오래전부터 도시의 오래된 동네나 주택단지를 찾아다니기를 즐겨하였다.

이러한 도시탐사를 통해 내가 본 것은 어딘지 모순되고 앞뒤가 맞지 않지만, 힘겹게 혹은 힘 있게 삶을 살아가는 도시숲, 인공림, 인공자연의 모습이다. 매트한 콘크리트 속에 또 다시 인간이 심고 만든 인공자연과 인공자연이 오랜 세월을 반복하며 자연 생태계가 되어버린 모습. 인간의 삶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잘리고 정리되기를 반복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인공적 모습이 되어버린 변형된 자연. 아파트는 오래되어 역설적으로 원래 있었던 듯 자연물과 같이 되었는데, 나무들은 여전히 인간이 조경한 비자연적 간격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전정 당하는 인공적인 모습. 한없이 낡은 도시의 담장이나 난간 위에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잡초와 넝쿨이 흡사 깊은 숲 속의 넝쿨처럼 되어버린 모습. 이와 달리 맨 메이드 콘크리트를 비집고 나와 자연발생적으로 자라나는 자연 생태계. 이 같은 모습들 모두 한 때는 인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며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엄연한 도시의 자연이며, 일종의 숲이다.

“숲”의 사전적 정의는 수풀의 준말이며, 수풀이라 함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 풀 나무 따위가 한데 엉킨 것’이다. 도시에서 인간이 구축한 조경수들, 가로수들, 어디선가 날아와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과연 숲이라 불릴 수 없을까? 인공림을 그리는 숲아닌숲과 자연림을 그린 숲인숲의 대비를 통해 무엇이 과연 진짜 숲인지, 도시숲인 인공림은 과연 숲이라 할 수 없는지를 문답해 보고자 한다.


도시생태계


숲 아닌 숲


숲 인 숲


얽키고 설키다